현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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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예술로 상상극장’ 배리어프리 어린이 공연 <끼리?> 제작 기록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1-21 16:39
조회
146

_김용진(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편집_안선정(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진_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이번 10월에 올라간 배리어프리 공연 <끼리?>는 올해 5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공연되었던 인형극 <콧물끼리>의 배리어프리 버전이다. 기존의 작품을 배리어프리로 올리기 위해 수어통역사와 관계자들의 자문을 거쳐, 두 달간 수어통역사, 전문가팀, 배우, 기획자들이 함께 모여 제작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작품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들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발견과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이 현재 공연되고 있는 기존 배리어프리 공연들과 차별화되었던 점은 수어통역사가 직접 배우 옆에서 실시간으로 통역을 한다는 것이었다. 양 사이드에 서서 통역만 하는 수어통역사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배우 바로 옆에서 의상, 동작, 표정 등 배우와 일체감을 갖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보는 관객들이 시야가 분산되지 않고 통역사의 존재를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한 몸처럼 움직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 사실 다수의 인형, 배우, 통역사가 모두 한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쉬운 일 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아이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 부족했기에 아이들의 시점에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하는지도 다소 막막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을 타계하기 위해 예술감독, 미술감독님과 함께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가면서 동시에 통역사분들이 무대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워크숍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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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공연이 어떻게 보일지를 컨설팅받기 위해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안학교선생님들을 모셔서 시연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선생님들께서는 연출, 조명, 음향, 자막 등등 다양한 부분에서 조언을 해주셨고, 공연팀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을 전해주셨다. 배우의 대사 속도, 통역사가 서는 위치와 손의 높낮이, 조명의 밝기와 색감, 음악의 유무, 자막의 위치, 소품의 움직임, 연출기법 하나하나까지 장애인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끔 조언해주셨고, 공연의 디테일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러한 시간을 작품 <끼리?>는 더욱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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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수어통역사가 함께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 때, 반드시 장애인 기관 관계자분들, 혹은 장애인분과의 자리를 마련하여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추측과 예상만으로 공연을 만들기엔 우린 실수할 수 있고, 또 우리가 좋은 의도로 만든 공연이 장애인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기에 대안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끼리?>와 같은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 때는 초반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을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이 지점이 크게 공감됐다. 기존 작품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다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아예 공연의 기획단계에서부터 배리어프리 공연을 염두 한다면 그 시간과 노력을 훨씬 더 줄이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획과 제작 기간이 좀 넉넉하다면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제작기간이 두 달이 채 안 되었던 이번 공연에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일반 공연보다 두-세배 많다는 의미이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나를 비롯하여 공연을 만드는 많은 기획자들이 배리어프리 공연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사전에 많은 자문과 컨설팅, 시연의 자리들을 만들어 장애인분들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제작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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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공연이 의미 있었던 점은 장애인 어린이들과 비장애인 어린이들이 함께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장애를 가진 특정 친구들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배리어프리 뜻처럼 우리 모든 어린이들이 경계 없이 공연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끼리?>가 그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 보기도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는 어린이들의 밝은 미소를 볼 때, 또 부모님들이 감사의 표현을 해주셨을 때, ‘그동안의 노력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하여 모든 기관에서 이러한 배리어프리 공연, 특히 배리어프리 어린이극이 많이 생겨나서 아이들의 장애가 결코 문화를 즐기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선 기관 및 재단 관계자, 예술가 등 모두의 노력과 힘이 합쳐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제한된 인원밖에 수용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더 많은 어린이들을 초청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코로나 위기가 지나간다면 더 많은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예술로 상상극장>이 그래 왔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공연이 주는 기쁨과 상상력을 선물하고 싶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아이들과 함께 경계 없이 웃고 즐기며 재미있는 공연 안에서 노는 순간들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상들이 머지않아 현실이 되어 나타나길 간절히 바래본다.


<예술로 상상극장>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극장이 된다는 모토 아래 만들어진 어린이극 창작사업이다.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사업으로, 선정된 예술가들과 함께 소규모 형태의 극을 제작하여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예술로 상상극장>을 통해 어린이극을 즐겼는데, 2021년에는 공연이 주는 이러한 즐거움을 더 많은 아이들이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 특히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제작했다.

배리어프리란? 장애인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물리적, 제도적인 장벽을 제거하고자 하는 운동을 뜻하며 배리어프리 공연이라는 것은 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공연을 뜻합니다.